과천 경마장 후기 - 레져인가 도박인가?

 오랜만에 코에 바람을 좀 넣었다. 집과 회사만을 오가던 삶을 잠시 뒤로하고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번에 간곳은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경마장이다. 경마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도박에 발을 잘못 들이면 폐가망신하는 말도 많이 들어왔지만, 나름 재미있다는 말에 넘어가 다녀오게 되었다.

 

 사당에서 과천을 가는 버스는 많이 있지만 경마장을 가는 버스는 없다. 대중교통 이용시엔 지하철을 타고와야 한다. 양재에서 오려면 KRA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다고 하니 이것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경마장 찾아가는 방법

 

 경마공원에 내리면 분위기부터가 조금 다르다. 강원랜드를 가보진 못 했지만, 그곳도 이럴까? 조경이나 시설물들은 깨끗하고 깔끔해 보였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은 삶에 찌듬 그 자체였다. 건물과 조경을 보고 감탄하던 마음은 사람을 보고난 후 이네 바뀌었다. 몇 분을 걸어, 경마공원에 들어서면 말 동상이 기다리고 있다.

 

 

 경마를 처음하기에 경마교실이란 곳에서 경마를 하는 법을 간략히 배웠다. 경마와 관련된 전시물들도 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대한민국에 여가생활을 즐길 만한 곳이 없어서 일까? 아니면 고스톱과 같이 도박이 도박이 아니라 여가생활로 여겨져서 일까?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데 여가를 즐기러 온 사람같이 보이진 않는다. 다들 담배를 물고, 한손엔 경마 잡지를 가지고 심각한 표정으로 경마를 본다. 경마가 레저가 아니라 도박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것은 이 곳 사람들의 말과 표정 때문이었다. 이들은 웃으면서 경마를 하지 않았다.

 

 

 나도 2천원을 걸었다. 나와 함께 간 이는 천 원을 걸었다. 경마잡지에 나와 있는 정확히 볼줄 모르기에 말의 가격을 보고 걸었다.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들도 내가 건 말에 돈을 가장 많이 걸었다. 배당율은 낮았지만, 그래도 잘 찍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경마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관람석으로 나왔다. 1,700m 의 경주는 그리 길지 않다. 경마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함성도 그리 길진 않았다. 내가 걸었던,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걸었던 말은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꼴지를 했다. 사람들의 함성은 이네 욕설과 탄성으로 바뀌었다.

 

 돈을 따기 위함이 아니라, 경마를 보기위해 나들이를 갔던 나는 과천 경마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경마라는 새로운 것도 경험을 하고 마음껏 소리도 질렀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했을까? 내가 걸었던 경기엔 2억 이상의 돈이 걸려있었다. 위 사진 중에 한장엔 7억 가까운 돈(이게 한 판의 금액인지는 잘 모르겠다)이 전광판에 표시되어 있었다. 다들  힘든게 번 돈일 것이다. 자신의 피땀어린 돈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경마가 도박이 아닌 레져가 되었을때, 그 진정한 즐거움을 알 수 있지 않을까?